본문 바로가기
잡학다식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선거, 콘클라베(Conclave)

by 슈필1 2025. 4. 28.
반응형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선거, 콘클라베(Conclave)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은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입니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향년 88세로 선종했으며, 장례식은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되었습니다. 교황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정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조만간 돌입할 예정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콘클라베 의미와 도입 배경, 선출 과정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1. 콘클라베란?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선거가 있다면,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Conclav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클라베는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하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특별한 과정입니다. 콘클라베는 라틴어의 cum(함께),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하며, 이런 명칭에 걸맞게 콘클라베는 비밀 엄수를 철칙으로 삼습니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소집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로, 선출된 교황은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 됩니다. 이 과정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되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콘클라베는 교황직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교회의 단합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신성한 의식입니다. 

 

콘클라베


2. 콘클라베 도입 배경

콘클라베의 기원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 교황 선출은 지역 성직자, 신자, 심지어 귀족들의 영향을 받아 혼란스럽고 정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13세기에는 외부 간섭과 긴 선출 기간으로 인해 문제가 많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268~1271년의 비테르보 선출로, 당시 추기경들이 3년 가까이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자, 지역 주민들이 추기경들을 성당에 가두고 지붕을 뜯어 압박을 가했으며, 이 사건은 '콘클라베' 단어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콘클라베 제도는 1274년 제2차 리옹 공의회에서 교황 그레고리 10세에 의해 공식화되었으며, 이는 추기경들을 외부와 격리하고 신속한 선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대 콘클라베의 형태는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의 Universi Dominici Gregis와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개정으로 더욱 체계화되었습니다.

 

3. 콘클라베 선출 과정

콘클라베는 엄격한 절차와 전통을 따르며, 아래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교황 선종 or 사임(교황 공석, Sede Vacante)

교황이 사망하거나 자발적 사임(베네딕토 16세)하면 바티칸은 공식적으로 선종을 선언하며, 9일간의 장례 및 애도 기간을 가집니다. 이 기간 동안 교황직은 공석이 되는데, 카메렌고(Cardinal Camerlengo)가 관리하며, 콘클라베 준비를 감독합니다. 통상 15~20일 이내에 콘클라베로 이어집니다.

 

성 시스티나 성당


2) 콘클라베 시작 선언

  • 장소 :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이곳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벽화로 유명하며, 신성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 참가자 :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使徒座·sede)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며, 이번 콘클라베에는 세계 각지의 추기경 135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격리 : 콘클라베 시작 전, “Extra Omnes”(모두 나가라) 선언과 함께 외부인은 퇴장하고,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됩니다. 또한 선거를 위해 일하는 사제, 비서, 요리사, 의사 등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밀 서약을 해야 합니다.

Extra Omnes 모두 나가라

 

3) 비밀 투표

  • 투표 방식 : 하루 최대 4회(오전 2회, 오후 2회) 진행. 추기경들은 익명으로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작성 후 “엘레고(선출한다)”라고 외친 뒤 투표함에 투입합니다.
  • 당선 조건 : 새 교황은 최소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단합을 상징합니다.
  • 연기 신호 : 투표 종료 후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통해 연기로 알립니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면 검은색 연기(투표용지에 젖은 짚을 태움), 선출됐다면 흰 연기(화학물질로 흰 연기 생성)를 피웁니다.

성 시스티나 성당의 흰연기

 

4) 교황 당선 및 선언

  • 교황 당선 :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는 당선자로 선언됩니다. 추기경 단장은 선출된 추기경에 수락 여부를 묻고, 수락 시 새 교황은 교황 이름을 선택합니다. 참고로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추기경 단장은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입니다.
  • 선언 : 새로 선출된 교황은 흰 수단(카속)을 입고 추기경들과 인사를 나눈 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이 자리에서 고위 추기경이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는 교황을 얻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선언하며 새 교황이 신자들에게 소개됩니다.
반응형

4. 콘클라베 주요 규칙

콘클라베는 외부 영향과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으로 운영됩니다. 

1) 비밀 유지

추기경들은 선서(Oath of Secrecy)를 통해 콘클라베의 모든 세부 사항을 비밀로 유지할 것을 맹세하며, 이를 어길 경우 파문 등 중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외부 차단

콘클라베 기간 동안 휴대폰, 인터넷, 편지 등 모든 통신 수단이 차단되며, 특히 시스티나 성당은 전파 방해 장치로 보호되며, 외분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됩니다.

 

3) 후보 자격

이론적으로 모든 가톨릭 남성 신자가 교황 후보가 될 수 있지만, 현대에는 대부분 추기경 중에서 선출되며, 80세 이상 추기경은 투표권이 없지만 후보로는 지명될 수 있습니다.

 

4) 시간제한

과거에는 무제한으로 진행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3일 후에도 합의가 없으면 결선 투표(상위 2명 간 단순 다수결)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가장 긴 콘클라베는 1268~1271년, 무려 33개월이나 걸렸으며, 가장 짧은 콘클라베는 1939년 단 하루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선종한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5차 투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콘클라베의 개념과 도입 배경, 선출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콘클라베는 단순한 하나의 투표 절차가 아니라, 종교적 숙고와 가톨릭교회의 단합과 영적 고백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기경들은 외부의 정치적,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오직 성령의 인도 아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고자 합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와 전통, 그리고 수백 년 간 이어져 온 교황 선출 방식은 전 세계 신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가톨릭교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