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커피 문화
일상 속에 깊게 파고든 커피는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문화를 싹 틔웠으며 여유와 휴식, 교류와 낭만을 대변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개인 카페부터 세계적인 규모의 매장을 가진 유명 체인점까지 다양한 카페를 방문하여 그 나라의 커피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각 국가별 주요 커피 문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웨덴 피카(Fika)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스웨덴 친구들이 스웨덴의 대표 문화인 ‘피카’ 타임을 한국식으로 즐기고자 인사동의 한 전통찻집을 방문한 것이 방송되었으며, 스웨덴의 ‘피카’ 문화가 언급되었습니다. 스웨덴의 커피 문화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짬을 내어 커피 마시는 시간을 일부러 내어 즐기는 것을 ‘피카’라고 부르며, 흔히 ‘커피 브레이크’라고도 해석됩니다. 직장의 업무 활동이나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종의 사회 활동의 의미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스웨덴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잠깐 멈춤으로써 그 이외의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한 활동으로 여겨지기에 사회 활동이라는 점에서 업무의 연장이나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활동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스웨덴 노동조합의 발상지를 피카로 보는 견해도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스웨덴의 회사에서는 주로 오후 3시경 피카 시간을 정해놓고 있으며, 피카 룸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내 카페에서는 시나몬 롤인 카넬불레(Kanelbulle)와 같은 간식과 함께 여유롭게 피카를 즐기기도 합니다. 피카 문화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박한 일상을 추구하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휘게(Hygge)’ 문화와 함께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로 불립니다.
2. 일본 킷사텐
일본에는 카페 외에 ‘킷사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일본 특유의 커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래전부터 커피를 즐겨온 유럽과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커피에 압력을 가해 추출하는 에스프레소가 커피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커피의 기본은 분쇄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 커피입니다.
드립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오레는 킷사텐 문화를 대표하는 커피이며, ‘밀크 커피’라고도 부르는 이 커피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각자 다양한 방법의 드립 커피를 시도하며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카페 문화는 교류나 만남의 장소라기보다는 개인적 공간, 커피 맛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점에 조금 더 기울어 있고 이것이 킷사텐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킷사텐이 일본 내에서 가장 부흥한 시기는 1980년대입니다. 일본이 19세기 초반부터 커피 원두를 익숙하게 접했고, 1960년 생두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킷사텐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 킷사텐 수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최근 레트로 감성을 채우기 위해 킷사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에서 카페가 조금 세련된 느낌이고 킷사텐은 복고풍인 느낌이 들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킷사텐은 알코올류를 제외한 음료와 식사를 파는 곳으로 술을 팔 수 없고 음식도 샌드위치나 토스트, 푸딩, 파르페 등 가벼운 것이 많습니다. 한편 카페는 커피나 음식은 물론 법적으로 술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킷사텐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카페라는 이름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에디오피아 분나 마프라트
커피의 원산지로 불리는 에디오피아에서는 동양의 다도 문화와 비슷한 특별한 커피 의식인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가 있습니다. 에디오피에서는 오래전부터 커피를 부나(Buna) 혹은 분나(Bunna)라고 불렸으며, 분나 마프라트는 ‘커피 끓이기’를 뜻하는 단어이나 커피 세리머니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귀한 손님과 함께 커피를 마실 때는 물론이고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갈등이 있을 때에도 이 성스러운 의식을 행했습니다. 의식은 생두를 볶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에디오피아 전통 의상인 흰색 네텔라를 착용하고, 나뭇잎이나 꽃으로 바닥이 장식된 곳에서 손님이 향을 잘 맡을 수 있도록 작은 무쇠 판에 원두를 볶습니다. 이후 절구로 원두를 갈고 전통 토기 주전자인 제베나에 넣어 진하게 끓입니다.
완성된 커피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같은 잔에 총 세 잔을 따라 줍니다. 첫 번째 잔은 ‘우애의 잔’으로 불리는 아볼(Abol), 두 번째 잔은 ‘평화의 잔’으로 불리는 토나(Tona), 세 번째 잔은 ‘축복의 잔’으로 불리는 베레카(Bereka)입니다. 세 번째 잔까지 모두 비워야 의식이 비로소 끝납니다. 커피에 설탕, 소금, 생강과 같은 향신료를 더하기도 하고 에디오피아식 팝콘인 펜디샤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 참조문헌 : Food Cultur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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