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맥주 이야기
1. 맥주병이 갈색인 이유
맥주를 구매하러 갈 때 많이 드는 생각 중의 하나가 왜 맥주병은 갈색이 많을까 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외선 차단 때문입니다. 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홉이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며, 심지어 서양에서는 햇빛에 노출돼 변질된 맥주의 맛을 ‘스컹크 방귀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통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외선 차단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 갈색 병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초록색 병의 대명사인 하이네켄도 처음에 갈색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자외선 차단 기술이 발달되어 초록색 병은 기본이고 갈색, 심지어 카프리나 코로나처럼 투명한 병에 담겨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리병은 여러 대안이 있으나 페트병의 경우 갈색 외에는 대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환경적인 이슈로 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페트병의 혁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병뚜껑에 숨겨진 비밀
병뚜껑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맥주의 맛과 탄산을 확실하게 잡아 주지 못하는 코르크 마개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병뚜껑이 개발되었습니다. 단순할 거 같은 이 자그마한 병뚜껑에 수십 개의 기능과 수백 개의 특허가 걸려 있다고 합니다. 병뚜껑을 자세히 보면 톱니 모양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맥주의 탄산과 내부의 압력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병과 꽉 맞물려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톱니의 개수는 세계적으로 21개로 통일되어 있는데, 이보다 더 많으면 병뚜껑을 오픈할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병이 깨질 수 있고, 이보다 더 적으면 헐거워서 내용물리 변질되거나 병뚜껑이 내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21개의 톱니는 내용물을 가장 온전히 밀봉해 주고 병뚜껑을 딸 때에도 가장 적당한 힘이 들어가도록 만든 과학적인 수치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병뚜껑은 애초에 영국 여왕의 왕관과 비슷하다 하여 ‘CROW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3. 독일이 맥주 아이콘이 된 이유
보통 맥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있습니다. 매년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열리는 옥토버 페스티벌의 나라인 독일입니다. 이처럼 독일이 맥주의 아이콘이 되고 최고 퀄리티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 순수령’ 때문입니다. 중세 시대에 맥주에 뱀 껍질 등 다양한 것들을 넣어 만든 맥주를 마신 사람들이 죽는 일이 발생했으며, 식량난으로 빵을 만들 밀이 부족해졌습니다.
이에 1516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공작이었던 빌헬름 4세는 맥주를 만들 때 보리, 홉, 물 이외에 다른 첨가물을 절대로 넣지 못하게 하는 ‘맥주 순수령’이라는 법률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맛있는 밀맥주를 계속해서 마시고 싶었던 귀족들은 밀맥주를 제조해서 팔았으며 그 덕분에 밀맥주가 현재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빌헬름 4세 본인도 밀을 넣은 맥주를 팔아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후 파스퇴르에 의해 효모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보리, 홉, 물 외에 효모가 추가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밀이 추가되어 밀맥주도 합법화되었습니다. 독일 전역에 있는 모든 양조장들은 이 ‘맥주 순수령’을 철저히 지켜왔으며, 그래서 독일은 맥주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맥주 순수령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맥주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창의성,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크래프트 맥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간에 독일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의 활약은 미미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맥주 순수령’은 독일 맥주 정통성의 핵심이지만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4. 벨기에 맥주가 발달한 이유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벨기에 맥주’가 최고라고 말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벨기에 맥주가 전통적으로 크래프트 맥주의 핵심인 ‘다양성’을 가장 잘 구현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독일이 ‘맥주 순수령’때문에 일정 품질 이상의 예측 가능한 맛을 내는데 선수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벨기에 맥주가 유명한 이유는 독일과 같은 ‘맥주 순수령’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맥주 원료에 대한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벨기에에서는 맥주를 만들 때 보리, 홉, 효소, 물 이외에 약초, 과일, 초콜릿, 커피, 향신료 등 다양한 것들을 넣어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어 먹곤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과 같은 개성 강하고 독특한 맥주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벨기에 맥주 가운데서도 가장 명품으로 꼽히는 건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 수도원 맥주)입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특별한 맥주 스타일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를 뜻합니다. 특히 수도원 가운데 베네틱토회의 후신인 엄률시토회 소속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만든 맥주를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부릅니다.
벨기에 맥주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이 개성이 강한 맥주들에 어울리는 각각의 전용 잔이 있기 때문입니다. 벨기에 펍에 가면 맥주를 각기 다른 전용 잔에 따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은 맥주 애호가들에게 정말 크나큰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600년 전통을 가진 벨기에 대표 맥주인 ‘Stella Artois’의 전용 잔은 아름답고 성스러워서 ‘성배’라고도 불려지고 있으며 ‘Duvel’은 튤립 모양의 전용 잔에 따라 마실 때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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