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빌스도르프
개인의 비전이 산업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 제품을 통해 충분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 세기 전에도 그런 예가 있었습니다. 한스 빌스도르프 Hans Willsdorf는 손목시계가 마치 스커트처럼 여성의 전유뮬로 평가받던 시대에 튼튼하고 정확한 손목시계를 만들었고, 그가 1905년 창립한 롤렉스는 오랜 세월 신뢰를 쌓아온 결과 세계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시계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모두가 롤렉스의 이름과 왕관모양 로고를 알고 있지만, 그 속내를 소속들이 아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롤렉스는 창업자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설립한 한스 빌스도르프 재단이 소유하며, 은행 등 외부기관에 재무를 전혀 지지 않는 경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흔한 기업 재무제표는 물론 여타 경영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연간 생산량조차 시계의 정확도를 인증하는 공식 기관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롤렉스는 극소수의 시계 전문 언론에 공개한 것 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스위스의 생산 시설에서 나사부터 케이스를 만드는 금속까지 시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 조립합니다. 1970년대 일본산 전자식 시계가 등장한 이후 기계식 시계는 기능적으로 낡은 기술이 되었지만, 그 대명사 격인 롤렉스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롤렉스 브랜드 스토리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아니었던 것처럼, 한스 빌스도르프 역시 시계공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가 최초로 방수 시계 케이스인 오이스터와 오토매틱 와인딩 로터 (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회전추 )를 그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빌스도르프는 그 권리를 재빨리 사들여 개선하고 상품화해 최초로 성공시킨 감각이 탁월한 사업가였습니다.
한스 빌드로르프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주도인 쿨름바흐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2세에 양친이 모두 작고한 후 가업을 잇는 대신 유산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쪽을 택했고 기숙학교 졸업 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모국어인 독일어와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보석 유통, 시계 수출 업체 등에서 통역으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시계 사업에 눈을 뜬 빌스도르프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여행 중 부모가 남긴 유산을 모두 도둑맞은 그는 훗날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하는 은행가 앨프리드 제임스 데이비스의 돈을 빌려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905년 롤렉스의 전신인 '빌스도르프 & 데이비스 Willsdorf & Davis ' 가 탄생했습니다. 당시 빌스도르프의 나이는 24세였습니다.
스위스의 워치메이커 에글러 Aegler의 부품을 조립해 시계를 만들던 그는 전혀 새로운 영역의 시계로 눈을 돌렸습니다. 1900년대 초반 영국 군인들이 편의성을 위해 회중시계에 줄을 매달아 손목에 차고 다닌 점과 폴로, 크리켓등 야외스포츠를 즐기는 영국인의 생활방식에도 손목시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당시엔 손목시계의 대부분이 여성용이었으며 크기가 작은 탓에 기능적으로 회중시계에 비해 부정확했기 때문에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침내 1910년 시계의 정확도를 심사하는 스위스 비엔 Bienner지방 시계 등급 인증 센터의 공식 크로노미터 chronometer인증을 획득했고, 4년 후엔 손목시계로는 최초로 영국 큐 Kew천문대의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A등급 크로노미터는 과거 항해용 시계에만 수여하던 것이었습니다.
1919년 롤렉스는 본사를 영국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옮겼고, 1925년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왕관 모양의 로고를 등록하고, 시계공 폴 페레고와 조르주 페레가 개발한 최초의 방수 케이스특허를 사 들였습니다. 베젤과 케이스 백, 크라운을 모두 스크루 다운 방식으로 단단하게 고정하는 롤렉스의 상징 오이스터는 빌스도르프가 디너파티에서 굴을 먹다 톱니모양으로 맞물린 형태가 새로운 방수 케이스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해 지은 이름입니다. 롤렉스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스포츠 시계에 사용하는 오이스터를 열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레스토랑에서 굴을 따는 기구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Branding
지구상에서 롤렉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인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리는 브랜드의 작명에 관한 추측 또한 무수합니다.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알파벳의 철자를 이리저리 조합해 가며 시계 다이얼에 보기 좋게 자리 잡을 짧고 품격 있으며, 균형 잡힌 이름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빌스도르프의 말에 따르면, 어느날 아침 마차에 올라타 런던 시내를 달리던 중 요술램프의 지니 Genie가 한스의 귀에 대고 '롤렉스'라고 속삭였다고 하지만, 그의 익살 섞인 증언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히려 시계태엽을 감을 떄 나는 소리에 영감을 받은 의성어일 것이라는 추측과 프랑스어 'horlogerie exquise (정교한 태엽장치)' 또는 'horological excellence (시계학상의 우수성)'의 줄임말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롤레스는 1931년 무브먼트 가운데에 축을 두고 좌우 어떤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움직이는 현대적 퍼페추얼 로터 방식을 무브먼트 공급사인 에글러와 함께 개발했습니다. 와인딩 하기 위해 크라운을 돌려 뺴지 않아도 시계가 작동했고,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태엽이 늘 충분히 감겨있어 시계의 정확성 역시 수동식 시계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탁월한 정확성, 오이스터, 퍼페추얼 로터는 롤렉스와 한스 빌스도르프가 시계 역사에 기여한 세 가지 주요 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참조 : Magazine B 'RO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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