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페어링
맥주도 음식처럼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각각의 맥주에 어울리는 음식도 제각각이어서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고르는 맥주 페어링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페어링의 기본 원칙인 3C만 기억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대비(Contrast)로 서로 다른 강한 맛을 가진 음식과 맥주를 페어링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맥주 또는 음식이 서로의 맛을 덮어버릴 정도가 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스타우트와 굴입니다. 굴의 강한 바다향은 스타우트의 풍부한 질감과 초콜릿향과 잘 어울립니다.
둘째, 보완 (Complement)으로 비슷한 맛을 가진 음식과 맥주를 먹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맛을 가진 음식을, 역시 또한 무겁고 풍부한 맛을 가진 맥주와 페어링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정화 (Cleanse)입니다. 쉽게 말해 음식 또는 맥주를 맛본 후 그 맛을 씻어내 줄 수 있는 조합을 말합니다. 쓴 약을 먹고 달콤한 사탕을 먹는 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기름진 튀김 음식이라면 차갑고 라이트한 맥주로 그 정도를 살짝 덜어내는 것이다. 한국의 치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는 국가별, 맥주 스타일별 주요 페어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독일 : 바이스비어 + 바이스부르스트
독일 바이에른 지역은 밀맥주인 바이스비어의 고향입니다. 물, 보리, 홉으로만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 독일의 ‘맥주 순수령’시기에도 상위층만을 위한 밀맥주 양조가 일부 허용되기도 했습니다. 파울라너, 바이엔슈테판, 에딩거 등 유명 양조장도 이 지역에 몰려있습니다.
탁하면서도 뽀얀 색상, 부드러운 거품, 오렌지에서 나는 상큼한 향이 매력인 바이스비어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이 지역의 바이스부르스트입니다. 바이스부르스트는 양념한 송아지 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흰색 소시지로 주로 데쳐서 내며 이 부드러운 소시지는 바이에른 스위트 머스터드와 곁들여 먹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브레첼까지 더하면 독일 남부의 전형적인 아침 식사가 완성됩니다.
2. 벨기에 : 트라피스트 + 치즈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도수가 높고 효모의 맛과 향이 강하며, 심지어 와인을 연상시키는 검붉은 체리향이 나는 종류도 있습니다. 현재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가 인증한 맥주는 벨기에 6군데,, 네덜란드 2군데, 미국 1군데 등 총 14개 장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한정하여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치즈입니다. 진하고 고소한 향의 듀벨 종류는 모르비에 치즈가, 도수가 높지만 향이 산뜻한 트리펠 종류는 산안드레 치즈가, 진득한 질감과 묵직한 풍미를 자랑하는 쿼드루펠 종류는 숙성 체다 같은 향이 강한 치즈가 잘 어울립니다.
3. 아일랜드 : 스타우트 + 굴
스타우트는 기네스로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대표 맥주입니다. 영국에 비해 맥주 양조 기술이 떨어지던 아일랜드에서는 독자적인 양조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드디어 18세기에 처음 양조된 에일 효모 발효 방식의 포터 스타일 맥주를 발전시켜 스타우트를 완성했습니다.
포터는 일반 에일 맥주보다 달콤하나 쓴 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며 스타우트 역시 이 매력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커피 풍미와 함께 바닐라와 버터를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따뜻한 풍미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탄산이 적어 시원함보다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으로 마십니다. 스타우트는 주로 겨울철에 마시며 영국과 아일랜드의 겨울 별미인 굴과 잘 어울립니다. 굴의 짭짤하면서도 달큼한 맛을 스타우트만의 부드러운 쌉쌀함이 제대로 살려줍니다.
4. 체코 : 필스너 + 꼴레뇨
필스너는 19세기 초반 체코 필젠 지역에서 시작된 라거 스타일 맥주입니다. 맑은 색상과 개운한 맛, 단맛이 없어 두드러지는 쌉쌀한 맛의 매력으로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으로 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디감이 가벼우나 라거보다는 쌉싸름한 맛이 강한 편입니다. 이 쌉싸름한 맛은 체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스 홉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필스너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돼지 발목 부위를 활용한 체코의 전통요리인 꼴레뇨입니다. 꼴레뇨는 항상 독일의 슈바인학센과 함께 언급되는데 둘 다 돼지 발목 부위를 활용하고 요리 생김새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슈바인학센은 고기를 굽기만 하여 껍질이 딱딱하고 바삭하지만 꼴레뇨는 맥주를 넣고 한 번 삶은 뒤 구우며 껍질이 쫄깃한 것이 특징입니다.
5. 영국 : 잉글리시 페일 에일 + 셰퍼드 파이
18세기 당시 영국에서 자주 마시던 브라운 에일이나 포터에 비해 밝은 색상을 보여 페일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캐러멀화된 맥아를 사용해 토스트 향과 견과류 향이 더해지고 약간 붉은 빛을 보입니다. 영국식 홉의 특징인 나무, 흙 등 자연적인 맛과 향도 납니다. 20세기 이후 유행하는 라거나 필스너에 비해 마시기에 수월한 편이 아니어서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잉글리시 페일 에일과 잘 어울리는 음식은 잘게 썬 양고기를 채소와 함께 볶고 소스에 조린 뒤 매쉬포테이토를 덮어 만든 영국식 전통 고기 파이인 셰퍼드 파이입니다. 양고기 대신 소고기를 사용하면 코티지 파이라고 부릅니다.
6. 영국 : IPA + 커리
인디아 페일 에일인 IPA는 1800년대 초 영국에서 만들어 인도로 수출하던 맥주 스타일을 말하며 3개월간의 긴 항해를 견딜 수 있도록 홉을 많이 넣고 길게 발효해 새로운 맛의 맥주였습니다. 홉 함유량이 높아 쌉싸름한 맛이 강렬한 이 맥주는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크래프트 맥주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는 IPA가 미국 맥주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향이 강한 IPA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인도 요리인 커리입니다. IPA의 기원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강한 홉 향이 향신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며 다른 인도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 참조 : Magazine F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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