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이해 – 로스팅
로스팅은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조직을 팽창시키고 화학 변화를 일으켜 맛과 향을 끌어내는 작업입니다. 생두 자체에는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커피로 만들기 위해서는 로스팅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같은 종류의 생두라도 자연환경, 보관 상태 등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을 가진 로스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로스터는 생두 수확 시기, 수분 함량도, 가공 방법 등의 특성을 파악해 로스팅을 하게 됩니다. 간략하게 로스팅 과정과 로스팅 단계별로 맛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로스팅 과정
로스팅 과정은 건조, 열분해, 냉각의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건조 단계는 생두의 수분이 증발하는 초기 단계로 이 과정에서 약 70~90%의 가까운 수분이 소실됩니다. 열분해 단계는 실질적인 로스팅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열분해 반응을 통해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여러 물질들이 생성되고 캐러멜화(Caramelization)에 의해 색깔은 점차 짙은 갈색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의 파열음이 들리는데 이를 크랙(Crack)이라 하며 팝(Pop)이나 파핑(Popping)이라고도 합니다.
1차 크랙은 커피콩의 세포 내부에 있는 수분이 열과 압력에 의해 기화하면서 발생하며, 2차 크랙은 가스의 압력과 결합하여 조직의 파괴가 일어나며 발생합니다. 특히 2차 크랙은 원두의 고유한 향이 발산되는 지점으로 로스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냉각 단계는 로스팅이 끝나고 원두의 열을 식혀주는 과정입니다.
2. 로스팅 단계별 맛과 특징
로스팅 단계별 명칭이나 정의는 나라나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8단계 분류법과 SCAA(Specialty Associate of America, 미국 스페셜티 협회)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8단계 분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8단계 분류법은 가장 낮은 로스팅부터 높은 로스팅 순으로 각각 ‘라이트(Light)’, ‘시나몬(Cinnamon)’, ‘미디엄(Medium)’, ‘하이(High)’, ‘시티(City)’, ‘풀시티(Full-City)’, ‘프렌치(French)’, ‘이탈리안(Italian)’으로 불린다. 라이트는 가장 약하게 볶은 것으로 밝고 연한 황색이다. 반면 가장 강하게 볶은 이탈리안은 검은색에 가깝습니다.
- 라이트(Light) : 최약배전
로스팅의 초기 단계로 생두를 매우 약하게 볶은 상태를 말합니다. 생두가 열을 흡수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단계로 밝고 연한 황색을 띠며 강한 신맛이 특징입니다. 커피 특유의 향을 느끼기보단 생두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강하게 나서 현재는 거의 테스트 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20~30년대 영국에서 이와 같이 매우 약하게 볶은 커피를 즐기는 경향도 있었다고 합니다.
- 시나몬(Cinnamon) : 약배전
생두의 외피인 실버스킨(Silver Skin)이 제거되기 시작하며, 흔히 ‘1차 크랙’이라 부르는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단계입니다. 원두의 색은 시나몬 색과 유사한 황갈색을 띠고 은은한 신맛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산미가 좋은 원두들은 이 단계에서 산미가 활성화되며, 산미가 잘 살아나기 때문에 커피의 신맛을 좋아하는 로스터들이 선호하기도 합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제3의 물결’ 커피 운동은 약배전으로 유명한데 근본적 향미에 중점을 두어 1차 크랙이 일어난 직후까지만 로스팅합니다.
- 미디엄(Medium) : 중약배전
1차 크랙이 일어난 후, 2차 크랙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단계로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에 사용되어 ‘아메리칸 로스팅(American Roasting)’이라고도 부릅니다. 밝은 갈색을 보이며 커피의 신맛에 이어 쓴맛이 시작되는 단계로 커피의 신맛에 약한 쓴맛과 단맛이 더해져 부드러운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 하이(High) : 중배전
미디엄 로스팅보다 약간 더 진행된 상태로 2차 크랙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볶아 우리가 흔히 커피하면 떠올리는 짙은 갈색 원두가 만들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부터 산미가 엷어지고 단맛이 두드러지나 맛의 밸런스가 좋아 핸드드립으로 즐기기 좋습니다.
- 시티(City) : 약강배전
2차 크랙이 시작된 후 몇 초간 더 볶으면 시티 로스팅 단계가 되며, ‘로스팅의 표준’이라고도 불려집니다. 원두는 진한 밤색, 풍부한 갈색을 띠며 강한 단맛과 함께 신맛과 쓴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강한 느낌의 향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난한 맛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로스터들이 선호하는 단계이며 스페셜티 커피에 적합합니다.
- 풀 시티(Full-City) : 중강배전
2차 크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단계로 에스프레소 커피의 표준이라고도 불리며 이 단계부터 다크 로스트(dark roast)로 분류됩니다. 원두는 짙은 초콜릿색을 띠며 쓴맛이 신맛보다 강해져 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한 커피맛으로 인해 크림이나 우유를 가미하여 만드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커피와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들에 적합합니다.
- 프렌치(French) : 강배전
‘다크 로스팅의 대명사’로 불리는 단계입니다. 1920~1930년 프랑스에서 주로 즐겼던 로스팅 방법이라 ‘프렌치(French)’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원두는 다크 초콜릿색을 띠며 원두 표면에 커피 오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한 스모키 향에 중후한 쓴맛이 느껴지며 커피의 진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 좋습니다.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되는 로스팅 단계이기도 합니다.
- 이탈리안(Italian) : 최강배전
로스팅 단계 중 가장 강하게 볶은 최종 단계로, 프렌치와 비슷하게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단계의 원두는 흑탄색으로 진한 쓴맛과 탄맛이 정점을 이루는 단계입니다. 산미가 좋은 스페셜티 원두들이 주목받게 되면서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로스팅 단계별로 알 수 있듯이 약배전에서 강배전으로 갈수록 신맛과 단맛은 줄어들게 되고 쓴맛이 증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위의 내용을 참고하셔서 여러 원두를 직접 경험해 보시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선택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미지 : 퍼스트바리스타학원, 빈포유커피아카데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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