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기,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명품 시장
급등한 물가에 점심식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구내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통해 일부 상품의 품질이 불만족스럽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아주 싼 가격에 직구하는 일도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높은 물가가 지속되며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즉 가격 대비 실속 있는 소비에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백화점 매출은 오른다?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지며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오히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백화점 3사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저가의 가성비 제품을 구매하고, 한쪽에서는 백화점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현재의 상황은 경기 침체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와 '소비 양극화'의 한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란 물가 상승과 대출 이자 등으로 인해 실질 임금이 줄었지만, 자산가 및 고소득층은 오히려 고금리에 따라 이자 수익 및 임대 수익 등 소득이 상승한 것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전자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지만, 후자는 더 적극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는데, 이를 소비 양극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품 업계의 실적은 성장 중
이러한 소비 양극화 현상은 명품 시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명품 업계의 실적은 꾸준하게 성장 중입니다. 루이뷔통, 디올, 불가리 등을 소유하고 있는 LVMH 그룹의 실적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2년과 2023년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영업 이익은 전년대비 7.4%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매출은 세계 전 지역에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023년 유럽과 미주의 매출은 각각 전년대비 19%, 17% 증가했으며, 일본은 15%, 나머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3% 매출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명품 업계의 실적 성장은 명품에 대한 견고한 수요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2024년부터 3년간 점포의 약 30%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도 명품 중심의 블루밍데일 점포는 15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소비의 양극화를 반영하고 2024년 이후의 명품 시장 성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2024년 연초 이후 주요 상장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은 긍정적 신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명품 소비는 전년 대비 약 12% 성장해 전 세계의 22~24%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되며, 2024년 중국이 침체된 경기를 회복 시 명품 소비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23년 기준 유럽과 아시아를 방문한 중국 관관객의 해외 명품 지출액은 2019년 대비 약 40%와 65% 수준에 불과합니다. 차후 관광객이 더 늘어나 코로나 이전의 명품 지출액 수준을 회복한다면 명품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들기에 더 매력적인 명품
명품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인상입니다. 대표적인 명품 가방인 샤넬의 클래식 미디움 백은 2024년 3월 27일 기준 1,557만원으로 인상되었는데, 5년 전인 2019년 11월 715만원에서 2배 이상 상승한 가격입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연 1~2회 이상의 가격 인상을 꾸준히 단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격 인상 시 수요가 위축되지만, 명품은 비싸고 구하기 힘들수록 오히여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로 에르메스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카프, 벨트 등 잡화 및 주얼리 제품을 구매해 수천만원 이상의 실적을 쌓는 고객에게만 인기 제품인 '버킨백'을 구매하게 하는 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단, 명품 기업의 실적도 양극화
흥미로운 점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일부 기업은 실적이 약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구찌'를 주력으로 하며 보테가 베네타와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프랑스 케링 그룹의 경우 LVMH와 에르메스 등과 달리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4% 하락하였습니다. LVMH와 에르메스의 전통적인 주력 소비층(부유하고 연령대가 높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구찌의 경우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수년간 글로벌 M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 약세에 따라 젊은 층이 소비를 줄이며 실적이 하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명품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경기 약세에 따라 명품 기업별 실적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위험 분산 측면에서 다양한 기업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 NH투자증권, 베인&컴퍼니 자료 참조
* 상기 내용은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닌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한 용도입니다. 투자 시 책임은 투자자 개인에게 있으며 투자 시 충분한 분석과 신중한 판단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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