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과 말 엉덩이

우주왕복선과 말 엉덩이

 

열차 선로에 폭에 맞춰 설계된 우주로켓? 

2007년 8월 8일 

우주 왕복선 엔데버호 

미국 유타 주 공장에서 플로리다 주의 미 항공우주국 발사대까지 기차로 옮겨야만 하는 추진로켓은 열차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열차 선로에 맞춰 설계되었다. 

선로 폭은 4피트 8 1/2 인치, 전세계 철도의 60%가 이 표준 궤간을 따른다.

 

 

마차 선로 폭에 맞춰 설계된 열차 선로?

19세기 중반 미국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규격의 열차 선로가 존재했지만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한 후 동북부 지역의 표준인 '영국령'으로 통일되었다. 

19세기 초 영국은 석탄 운반용 마차 선로를 일반도로에 깔아 증기열차의 운행을 시작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2,000년 전 유럽을 정복한 로마군은 로마 전차 폭에 맞춰 유럽 전역에 도로를 건설한다.

말 두 마리가 끄는 로마 전차...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약 4피트 9인치로 설계되었다.

말 엉덩이 2   = 로마 도로, 마차 선로, 기차선로, 우주로켓 

 

 

우주 왕복선의 추진로켓은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설계되었다. 

 

 

1867년 최초의 수동타자기는 속도를 낼수록 글자가 엉켜 천천히 치도록(비효율적으로) 자판 배열을 설계했다.

QWERTY

65년 후 손가락 움직임의 50% 줄여주는 효율적인 자판이 개발되었지만, 이미 구형 자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효율적인 새 자판을 거부했다. 

 

 

동전의 테두리에 빗금이 새겨진 까닭

금본위(Gold Standard System) 시대에 유통되던 금화와 은화의 가치는 원칙적으로 동전에 포함되어있는 금과 은의 질량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런데 유통과정에서 사람들이 금화나 은화를 보이지 않게 조금씩 깎아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래 유통된 금화나 은화의 무게는 현저히 줄었음에도 불고하고 여전히 동전의 액면가로 유통되는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새로 주조된 금화나 은화는 자기가 보유한 채 오래되어 훼손된 금화나 은화만 유통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두고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 화폐 당국은 동전이 조금만 훼손되더라도 금방 표시가 나도록 동전의 앞 뒷면에 정교한 부조를 새기고 테두리에는 빗금을 넣는 방식으로 화폐의 권위를 회복하려 했다.

 

 

오늘날에도 거의 모든 나라의 동전은 앞뒷면에 정교한 부조가 새겨져 있고 테두리는 미세한 빗금으로 둘러싸여 있다.

금본위 시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굳이 별도의 수고와 비용을 들여 이러한 공정을 거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란 스태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장한 개념으로,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QWERTY 자판의 비효율성, 한글 두벌식 자판의 비효율, 영연방 국가들의 차량 좌측통행의 비효율 등은 모두 경로의존성의 산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판명된 후에도 그 길은 벗어나기 힘들다."

-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 - 

 

 

- EBS 지식채널 ' 지식 e ' - 

발췌한 내용입니다.